햇살이 부드럽게 드는 오후
엄마와 나는
길을 나섰습니다.
바람이 어깨를 가볍게 스치고,
나뭇잎이 조용히 손 흔드는 오후.
엄마는
걸음이 조금 느려졌지만,
하나하나를 더 천천히 바라보십니다.
“저 꽃, 참 곱다”
어느 골목 모퉁이.
작은 들꽃 한 송이를 보며
엄마가 말씀하셨습니다.
“저 꽃, 참 곱다.”
“이름은 몰라도, 오래 보고 싶네.”
그 말 한마디에
나는 마음속 어딘가가 환히 밝혀지는 느낌이었습니다.
꽃을 예쁘게 본다는 건,
마음을 예쁘게 간직하고 있다는 뜻일 테니까요.
나란히 걷는다는 것
말없이 걷는 시간.
나는 발끝으로 그림자를 따라가고,
엄마는 하늘을 한 번 더 바라봅니다.
우리는
서로 다른 속도로 걷고 있지만,
같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사실이
이상하게 따뜻했습니다.
오후의 끝에 남은 것
짧은 산책이 끝나고,
엄마는 다시 의자에 앉으셔서
색연필을 들고 컬러북을 꺼내셨습니다.
나는 옆에서 조용히
오늘 본 들꽃을 검색해보고,
사진을 한 장 저장했습니다.
언젠가 이 시간들이
그리워질지도 모른다는 예감 속에서.
🌙 밤빛 노트
“함께 걷는다는 건,
서로의 삶을 조용히 지켜보는 일이다.”