아버지는 평생 건강하셨다
아버지는
크게 아프신 적 없이
꾸준히, 묵묵히 살아오셨다.
90세에 들어서야
수술이 필요했고,
그 뒤로 대상포진이 찾아오면서
몸이 급격히 약해지기 시작했다.
면역이 무너진 몸은
회복을 허락하지 않았다.
엄마는 마지막까지 곁을 지켰다.
수술 후, 병실에서, 집에서
아버지를 돌보던 엄마는
자신이 아픈 줄도 모르고
하루하루를 버텼다.
그 뒷바라지의 시간 동안
엄마의 몸 여기저기는 조용히 망가져갔다.
허리도, 손목도, 발목도.
무릎과 심장도.
"나는 괜찮아."
엄마는 매번 그렇게 말했지만,
괜찮지 않다는 걸 나는 알고 있었다.
아버지가 떠나시고 나서야
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후,
엄마에게도 시간이 생겼다.
텃밭에 물을 주고,
공책에 글씨를 연습하고,
컬러북에 색을 칠하는 시간.
하지만
그 시간은 너무 늦게 왔다.
몸도, 마음도
엄마는 자주 지치셨다.
쉬어도 쉬는 것 같지 않고,
웃어도 웃는 것 같지 않은 날들이 많았다.
몸이 아픈 것보다
마음이 허전한 것이 더 힘들었을 것이다.
70년을 함께한 사람이 사라지고
비어버린 의자 앞에서
엄마는 조용히 앉아 계셨다.
"혼자라도 살아야지.
그래야 아버지한테 미안하지 않지."
엄마는 그렇게 말했다.
나는 그 말을 듣고
소리 없이 울었다.
나는 이제 안다
엄마에게 필요한 것은
거창한 무언가가 아니라는 것을.
단 한 송이 꽃,
한 줄의 글씨,
손에 닿는 따뜻한 흙.
그리고
곁에 조용히 앉아 있는
나.
🌙 밤빛 노트
오늘도 엄마의 시간은 조용히 흐른다.
너무 늦게 온 시간이라 더 소중하게.
더 천천히, 더 조심히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