– 90세 엄마와 떠나는 조심스럽고 따뜻한 여행을 위한 안내서 –
“이번에는 내가 너한테 가볼까?”
그 말 한마디에 마음이 찡했습니다.
건강이 조금 회복되신 90세 엄마,
어버이날 늘 내려오는 자식들만 기다리던 엄마가 이제는 기차를 타고 스스로 나서는 여행자가 되셨습니다.
하지만 노년의 기차 여행은 단지 표를 끊고 떠나는 일이 아닙니다.
한 걸음, 한 계단, 한 시간 모두가 섬세한 배려와 함께여야 하죠.
그래서, 이 글은 같은 마음을 품은 누군가에게 작은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‘엄마와 기차 여행 가이드’입니다.
1. 기차표 예매 – 무엇보다 시간과 자리
오전 시간대 출발이 가장 좋아요.
너무 이르지도, 너무 늦지도 않은 9~10시 사이 기차가 이상적입니다.
휠체어나 보조 기구가 있다면, '장애인석' 혹은 '1호차 앞자리'를 미리 예약하세요.
→ 코레일 앱/전화(1544-7788)로 예매 가능
1등석(특실)도 추천됩니다. 공간이 넓고 조용해 어르신이 편안하게 이동하실 수 있습니다.
2. 기차역까지의 이동
사전 택시 예약 또는 가족의 동행이 필수입니다. 많은 역이 크고, 에스컬레이터가 먼 경우가 많습니다.
역 내 엘리베이터 위치 확인: 도착 전에 코레일 앱에서 해당 역 정보를 확인해 두세요.
3. 짐은 가볍게, 마음은 따뜻하게
무게보다 편리함이 중요합니다.
작은 가방 하나, 물, 약, 손수건, 담요 정도면 충분합니다.
기차 안에서는 물이나 부드러운 간식(바나나, 찐 고구마, 떡)이 좋습니다.
4. 여행지 선정의 기준 – '화려함'보다 '쉬움'
계단 없는 동선, 가까운 거리, 긴 대기시간이 없는 장소
화장실이 깨끗하고 가까운 곳
예: 광명동굴, 팔공산 케이블카, 하회마을, 온천지대(아산, 덕구) 등
5. 기차 안에서의 시간 – 추억의 밀도
조용히 흘러가는 창밖 풍경,
엄마가 좋아하던 젊은 날의 노래 한 곡,
함께 적는 작은 엽서 한 장.
그 순간들이 어쩌면 이번 여행의 가장 빛나는 장면이 됩니다.
6. 반드시 기억해야 할 체크리스트
구분 내용
복 장 | 겉옷 1벌, 미끄럼 방지 신발, 모자 |
약 품 | 매일 복용약, 비상 약(소화제, 진통제) |
예 매 | 휠체어석/특실 여부, 왕복 시간 체크 |
휴 식 | 도착 후 카페/쉼터 30분 이상 확보 |
동 행 | 말벗이 될 자식/가족 동행 필수 |
7. 여행은 목적지가 아니라 ‘함께 한 마음’입니다
90세의 엄마에게 여행은 세상을 보러 가는 것이 아니라, 사랑하는 자식의 품에서 세상을 다시 만나는 일일지도 모릅니다.
기차가 출발하면 우리는 한 칸의 시간 속에서 마음 깊은 곳에 오래도록 남을 추억을 담게 됩니다.
이번 주말, 엄마와 기차를 타보는 건 어떠신가요? ‘먼 길은 아니어도, 오래 기억될 수 있는 길’이 될지도 모릅니다.